대가족 (인구감소, 가족해체, 출산율)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코미디 영화라고 해서 가볍게 보려 했는데, 영화 한 편이 우리 사회의 인구 구조 문제를 이렇게 정면으로 건드릴 줄은 몰랐습니다. 영화 <대가족>은 스님이 된 의대생, 정자 기증, 뿔뿔이 흩어진 아이들이라는 설정을 통해 가족 해체 시대를 그려냅니다. 보는 내내 웃다가, 어느 순간 우리 부모님 세대부터 지금까지의 인구 정책이 머릿속을 훑고 지나갔습니다.

영화 대가족 포스터

산아 제한에서 저출산 위기까지, 숫자로 본 반세기

제가 어릴 때 외할머니 댁에 가면 친척이 정말 많았습니다. 이모, 삼촌, 사촌까지 다 모이면 밥상이 두 개는 펼쳐졌으니까요. 그런데 그 풍경이 지금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저만 해도 언니 하나, 저 하나, 딱 둘입니다. 그리고 요즘은 그 둘도 많다는 말이 나오는 시대가 됐습니다.

합계출산율(TFR, Total Fertility Rate)이란 여성 한 명이 가임 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를 뜻합니다. 인구가 현재 수준을 유지하려면 이 수치가 2.1 이상이어야 한다고 인구학에서는 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출처: 통계청) 이 숫자 하나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평균이 1.5명대라는 것과 비교하면 바로 감이 옵니다.

돌아보면, 1970~80년대 정부가 주도한 산아 제한 정책(가족계획사업)은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슬로건으로 출산을 억제했습니다. 산아 제한 정책이란 국가가 인구 증가를 조절하기 위해 출산 수를 줄이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말합니다. 당시 폭발적인 인구 성장을 막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그 관성이 너무 오래 이어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물론 경제적 요인, 주거비, 교육비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 시절의 정책 기조가 사회 전반의 인식에도 영향을 줬다고 봅니다.

실제로 지금은 자녀가 2명만 돼도 다자녀 가구로 분류해 혜택을 주는 지자체가 생겼습니다. 2명이 다자녀라는 게 불과 40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입니다. 이웃 나라 일본의 인구가 약 1억 2천만 명으로 우리나라의 두 배를 넘는데, 그쪽도 저출산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 중이니 동아시아 전체의 공통 과제가 된 셈입니다.

가족 해체 시대, 영화가 꺼낸 불편한 질문

영화 <대가족>에서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아이들이 삼촌이라 불렀던 사람에게 "나랑 너는 피로 이어진 사이가 아니야"라는 말을 듣는 대목이었습니다. 그 말 한마디에 아이들이 집을 잃고 보육원으로 가게 됩니다. 이미 정이 든 관계를 혈연(血緣)이라는 기준 하나로 잘라버리는 장면이 유독 가슴에 걸렸습니다.

혈연주의(血緣主義)란 핏줄로 이어진 관계를 가족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관념을 뜻합니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이 혈연주의를 가족의 근간으로 여겨왔는데, 영화는 그 기준이 얼마나 불완전한지를 코미디 형식으로 꼬집습니다. 정자 기증(精子 寄贈)이란 남성이 의료 기관을 통해 정자를 제공해 다른 이의 임신을 돕는 행위를 말하는데, 영화 속에서 이것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가족의 경계를 흐트러뜨리는 장치로 쓰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가족 구조는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1인 가구 비율이 2022년 기준 전체 가구의 34.5%를 넘어섰고, 평균 가구원 수는 2.3명까지 떨어졌습니다. (출처: 통계청 인구총조사) 한 세대 전만 해도 서너 명은 기본이던 가족 구성이 이제는 1~2인이 표준처럼 돼버렸습니다. 영화가 단순한 코미디가 아닌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가족이 해체되는 속도가 우리가 새 가족을 구성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른 지금, 영화 속 아이들의 상황이 결코 픽션만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아이들을 귀찮아하다가도 손주라는 걸 알게 된 순간 모든 걸 쏟아붓는 영화 속 할아버지의 모습이 뭉클했습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저도 우리 외할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아니라는 걸 알았어도 이미 준 정은 쉽게 떼어낼 수 없다는 것, 그게 어쩌면 혈연보다 더 진한 가족의 본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에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묻다

제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정리해 본 것들이 있습니다. 영화 <대가족>이 숫자로 드러난 인구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짚어보면 이렇습니다.

  1. 합계출산율 0.72명이라는 수치는 단순한 통계가 아닙니다. 20~30년 후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가 급감해 국가 재정과 사회보장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위기의 신호입니다.
  2. 1인 가구와 비혼 인구가 늘어날수록, 영화 속처럼 기존 혈연 중심의 가족 개념으로는 포괄할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가 더 많이 생겨납니다.
  3. 산아 제한 정책의 역풍이 지금의 저출산으로 이어졌다는 시각도 있지만, 그보다는 높은 주거비·교육비·양육비라는 경제적 구조가 더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4. 영화처럼 혈연이 아닌 정(情)으로 이어진 가족을 사회와 법이 어떻게 인정하느냐는 문제는,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피할 수 없는 제도적 질문이 됩니다.

인구 감소를 막으려는 정책으로 저출산 대응 예산이 지난 18년간 280조 원 이상 투입됐지만 출산율은 계속 떨어졌습니다. 이 수치만 봐도 단순히 돈을 쏟아붓는 방식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게 드러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가족의 정의를 넓히는 방향, 즉 입양, 공동 양육,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 병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중국이 인구 대국인 만큼 많은 인재를 배출해왔다는 점도 있지만, 단순히 인구 수만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인구를 받쳐줄 사회 시스템이 함께 돼야 한다는 걸 이 영화는 에둘러 보여줍니다.

혼인율(婚姻率)이란 특정 기간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나타내는 지표인데, 우리나라의 혼인율은 2023년 기준 3.8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결혼을 안 하니 출산도 줄고, 출산이 줄면 다음 세대를 이끌 인력 자체가 줄어드는 악순환입니다. 나 혼자일 때보다 둘일 때 더 좋고, 둘보다 셋일 때 더 즐겁다는 것, 기쁨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걸 영화는 웃음 속에 담아냅니다.

영화 <대가족>은 결국 이 시대에 "가족이 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혈연이 전부가 아닐 수 있고, 정이 혈연보다 깊을 수 있다는 것. 저는 그 메시지가 지금 우리 사회의 저출산·가족 해체 문제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고 봅니다. 가볍게 웃으러 가도 좋지만 보고 나서 주변 사람과 "요즘 가족이 뭘까"라는 이야기 한 번쯤 나눠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QNqiCHWa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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